넷플릭스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두 번째 보았다. 2018년 방영 당시 슬쩍슬쩍 보고 오그라드는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넷플릭스에 떠서 다시 한번 정주행 했다. 처음 봤을 땐 눈에 안 들어왔던 고귀남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다.
고귀남(황찬성)은 어릴 때부터 가난했다. 늘 자신을 따라다니던 가난을 싫어하고 성공하고자 하는 캐릭터다.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대기업에 취직했고 가장 빨리 승진했고 보너스도 가장 많이 받는다. 회사 일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인기도 좋다. 하지만 굉장한 짠돌이다. 대기업을 다니면서도 옥탑방에 살고 한 달에 10만 원으로 생활한다. 옷도 한 벌 뿐이고 맛있는 음식도 생일날에만 먹을 정도로 아끼고 아낀다.
초반에는 그냥 재수 없는 짠돌이처럼 나왔는데 후반에 그렇게 해서 1억을 모았고 주식으로 돈도 계속 불리고 있노라 고백하는 장면에서 정말 치열하고 멋지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아껴서 돈 쓰는 행복은 나중에 자기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고 하는데 멋있지 않은가! 2018년에 봤을 때는 그냥 목표가 있는 짠돌이 같았지만 최근 유튜브나 책을 통해 실제로 20~30대에 치열하게 아끼며 투자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까 이 캐릭터가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드라마 주인공 이영준(박서준)처럼 재벌로 태어나서 놀이동산을 통째로 빌리고 유람선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났지만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고귀남 캐릭터 멋있다. 이 사람은 분명 빠른 시일 내에 부자가 될 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존경 받는 아버지가 될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을 궁상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자도 아니면서 미래에 빚을 당겨 와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 아닐까. 나도 돈 잘 아끼다가 요즘 자꾸 쓰게 돼서 문제였는데 당분간 내 롤모델은 고귀남이다. 고귀남처럼 허리띠 매고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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