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나를 사랑하는걸까?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숲다 2021. 5. 6. 16:30

썸머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유튜브 <썸머의 사이다 힐링> 채널을 통해 '나르시시스트'를 알게 됐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말한다. 이들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는데 우리 집에도 있었고 직장에도 있었고 평범한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했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아갈수록 인간관계에서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하나씩 풀렸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썸머님의 자기 소개란이었다. 나르시시스트 엄마 밑에서 자란 자신을 '가정학대 생존자'이며 '역기능 가정에서 태어났다'라고 표현했다. 나 역시도 그저 피해자일 뿐이었다고 인정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전문가들은 나르시시스트가 변화할 수 없는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 말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헛된 희망 갖지 말고 그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에 신경 써야 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특징

 

나르시시스트 여부는 전문의에 의해서만 진단받을 수 있지만 그들을 병원에 데려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자기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경험자인 내가 책을 읽으며 공감되었던 특징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1.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다. 모든 판단을 자기 위주로 하기 때문에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은 다 적인 것처럼 행동한다. 가족들 사이를 이간질하거나 직장 동료나 이웃을 험담하는 것은 매 순간 일어나는 일이다. 자녀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기도 한다. 자녀들은 종종 내가 부모의 부모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2.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때에만 아주 일시적인 애정을 준다. 이후에는 다시 자녀를 학대한다. 원하는 것을 명확히 말해주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다가 불평을 늘어놓는 식이다. 

 

3.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자녀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처럼 말할 수도 있고 별 것 아닌 일로 만들 수도 있다. 정상적인 반응을 해도 '철이 없다', '예민하다', '소심하다'라는 식으로 면박을 주며 잘못을 뒤집어 씌운다. 

 

4.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비난하고 깎아내린다. 작은 실수도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처럼 혼을 내고 자녀가 성취한 것을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해버린다. 자녀의 외모, 성격, 행동을 비난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녀가 실수한 것들을 말해서 민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것은 반대로 사람들에게 자녀 자랑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희 부모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고 있니' 하는 식에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자녀는 혼란스러워 미칠 지경이다. 

 

5.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그때그때 다른 말을 해서 자녀를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녀가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문제를 떠벌려서 민망하게 만들거나 자녀가 하는 행동을 비난해서 눈치를 보게 만든다. 

 

6.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자신들이 가족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렇게 희생했으니 자녀들이 자신을 돌보는 게 마땅하다며 죄책감을 심어준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 다른 평범한 가정처럼 내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늘 내가 엄마를 얼마나 고생시켰는지, 아빠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지,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지 부정적인 감정들만 이야기했다. 

 

7. 자녀를 차별하고 희생양을 만든다. 특히나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아이를 희생양으로 정해 짓밟으려고 한다. 나도 희생양 역할을 맡아야 했다. 

 

 

 

나르시시스트로부터 벗어나자.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피해자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기에 자녀의 결혼이나 취업을 방해할 수도 있다. 자녀가 떠나갔다면 다시 불러들이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 편에 서서 희생양을 괴롭히는 가족인 플라잉 몽키를 보내기도 한다. 여기에 속아 넘어가면 더 큰 학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책에서는 학대자 부모와 자녀가 맺을 수 있는 관계 세 가지를 제시한다. 

 

1. 유지

2. 최소 접촉

3. 접촉 차단

 

세 가지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개인 상황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 유지나 최소 접촉에 드는 에너지가 상당해서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사회적인 선입견 때문에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가족들과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나도 모르게 학습한 나르시시스트의 특성들을 가지게 될까 봐 두려웠다. 또한 나를 비난하는 부모에게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최근 연예인들이 가족들과 금전적인 문제로 다툼하거나 손절하는 기사를 많이 접했다. 특히 김혜수씨가 어머니와 접촉을 차단한 일은 나에게도 꽤 용기를 주었다. 박수홍씨 사건을 통해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한번 더 알려지기도 했다. 가족에게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부디 본인의 행복을 찾으시길 바랄 뿐이다. 가족도 어찌 보면 인간관계일 뿐이고 모든 일에 우선은 나 자신이다. 학대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계속 옆에 머물며 학대를 받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